^Write. 김새미   ^Photograph. 이영실

'겨울' 하면 머릿 속을 스쳐가는 여러 가지 풍경. 삐뚤빼뚤한 얼굴의 눈사람, 너털웃음을 짓는 산타클로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손가락이 노래지도록 까먹는 귤 아닐까요?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 나라 최대 귤 생산지인 제주로 떠났습니다.

지나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늦더위의 기운이 여전한 그 곳에서, 13년 째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귀한농부친환경영농조합의 윤순자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것 좀 봐,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녀의 눈길은 나무마다 열린 열매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가지가 고개를 숙일 정도로 탐스럽게 열린 귤 열매를 향해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윤순자 대표의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했습니다.

자식을 자랑하는 엄마의 얼굴처럼, 미소 지은 윤 대표의 얼굴은 행복을 가득 머금었습니다. 

요리조리 나무를 살피더니 귤 하나를 따서 손에 꼬옥 쥐어줍니다.

 우리가 보기엔 다 똑같은 귤로 보이는데 맛있는 귤을 귀신같이 골라냅니다.

"유기농으로만 농사를 짓기 때문에 겉 모습은 좀 미워도 맛은 최고에요. 내 귤이지만 진짜 맛있어, 한번 맛 봐요"

제주의 무더위와 풍랑을 이겨낸 노지 감귤은, 모진 풍파를 이겨내려 자연스레 두꺼운 껍질을 가졌습니다.

흔히 보던 매끈한 관행 농법 귤에 비해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두툼한 껍질을 벗겨내고 입에 넣는 순간 탱탱한 과육과 달콤한 맛에 탄성이 나옵니다.

같은 나무에 달린 귤도 맛이 다 다르고,

같은 귤 안에서도 한 쪽 한 쪽마다 다 달라요.

사람이 마셔도 되는 자연산 다시마, 감태, 미역엑기스와 자가제조한 쌀겨발효퇴비만 준 땅에서 자란 껍질 째 먹어도 되는 유기농 귤입니다.

나무마다 제일 탐스러운 귤을 하나씩 따서 연신 맛보라며 건네주는 넉넉한 인심 덕에, 귀한 제주 친환경 귤로 배를 가득 채우는 호사를 누립니다.

맛있는 건 새들이 먼저 알아봐요-

군데 군데 새들이 쪼아먹은 귤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은 새콤달콤한 맛에 달팽이들까지 몰려와 고민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길러놓은 귤을 못쓰게 만들어버려 속이 상할 법도 한데 윤순자 대표는 맛있는 건 새랑 벌레들이 먼저 알아본다며 그저 사람 좋게 웃고 맙니다.   

13년째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일체 주지 않고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 또한 자연과의 조화점을 찾고, 사이 좋게 상생하고자 함이라 하니  그 넉넉함이 이해가 됩니다.

실제 인터뷰 중에도 밭 근처에서 푸드득 날아오르는 꿩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수 차례였습니다.

여기서 밭을 돌보고 있으면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요.

저기 바다랑 하늘 좀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소풍 온 것처럼 지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귤도 너무 잘 자라주니 더 바랄 게 없죠.

도시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내려와 친환경 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3년.

 제주의 밭과 들녘에서 소풍온 듯, 놀이하듯 행복하게 농사를 짓고 있는 윤순자 대표.

열매 하나 하나가 자연이 보내주는 귀한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마음이 열매 알알이 스며들어, 귤 한 알마다 새콤달콤한 행복의 맛이 전해져오는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