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장이란 명예를 걸고 최고로 좋은 밤을 생산하자고 20여 농가가 의기투합한 것이 5년전. 친환경 무농약 밤을 목표로 하고 우선 품종 개량부터 했다. 갖가지 종류의 밤나무를 심어 열등한 나무들은 도태시키고 밤의 맛과 품질이 월등한 품종만 남겼다.
제초제와 농약 대신 미생물 퇴비와 친환경 살충제(목초액 같은)를 직접 뿌려주고, 일정 간격으로 포충기(해충모집기)를 설치했다. 또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1년에 10여 차례 연면시비(밤나무 잎 뒷면에 친환경 비료액을 스프레이해주는 것)를 했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마을의 뜻있는 영농인들을 모아 명실상부 명율회를 이끈 강흥식사무장은 마치 정원수처럼 잘 다듬어진 밤나무들이 빼곡한 야산을 구경시켜주며 말했다.
“일년에 열댓 번씩 몇 만평씩이나 되는 큰 산을 샅샅이 누비며 나무 하나 하나 마다 직접 시비를 하는 일도 보통일은 아니고, 큰 산 하나에 1백 개도 훨씬 넘게 달아야하는 포충기 비용도 만만치 않구요. 그동안 까다로운 영농법과 고비용 등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몇몇 농가는 친환경 영농을 포기했지요.”

그럼에도 4년여에 노력으로 이제 각 회원들의 수 만평 야산에는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모두 고르게 탐스런 알밤들이 무겁게 매어달린 정말 좋은 밤나무들이 즐비하다.

“우리 명율밤은 무엇보다 달콤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입니다. 생밤으로 먹어보면 그 뛰어난 맛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어요,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아주 좋아요. 친환경 무농약 밤이니 안심하고 드실 수 있구요.” 판촉을 담당하고 있는 성주농원 조준형부장의 설명이다.

명율밤이 뛰어난 맛과 함께 호평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친환경적인 저장, 보관 관리 법 때문이기도 하다. 밤은 나무에서 떨어지면 바로 마르기 시작하면서 벌레 또한 생긴다. 해서 일반적으로 밤 수확 후 즉시 화학 약품을 이용해 훈증하거나 수침(물에 담기기)해 벌레 생성을 억제하는데, 명율밤은 어떠한 화학적 훈증 처리나 수침 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깨끗이 세척한 후 곧바로 저온 저장창고에 저장, 적당한 수분과 저온을 유지시키며 보관한다. 밤벌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수분. 저온(영하 1·~2정도)저장은 벌레 생성을 억제할 뿐 아니라 밤을 자연 숙성시켜 더욱 깊은 맛을 내게 한다.

“3년 전에 품질엔 성공했는데 수확량이 극히 적어 실패 아닌 실패를 보았던 터, 올해가 명실상부 5년 노력의 결실을 거두는 첫해인 셈이라 회원들의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최고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어서 애를 먹는 것이 친환경 농가의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러던 차에 동아일보에서 SK유기농팀에 대한 기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먼저 찾아갔습니다.
생산 농가와 저장 센터를 수없이 오가며 깐깐하고 치밀하게 검사한 끝에 구매를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생산자로서 오히려 더 신뢰가 되더군요. 대기업이 이런 일을 한다니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정말 좋은 일이지요.”

이제는 생산량을 늘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는 조부장은 SK자연이랑 회원들이 명율밤으로 말미암아 영양 넘치고 정 넘치는 식탁으로 이 겨울 따뜻이 지내기를 바란다며 살짝 귀뜸한다.
“밤은 요리법에 따라 영양이 달라집니다.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생율로, 살찌기를 원한다면 삶아서 드세요.”